2021년 10월 2일 10시
내변산 쇠뿔바위봉 탐방길. 지나는 길에 어수대에 들렀어요.
'천년 옛 절에 님은 간데 없고, 어수대 빈터만 남아 있네
지난 일 물어볼 사람도 없으니, 바람에 학이나 불러 볼까나.'
<부안 기생 '매창'의 시>
신라 경순왕이 이곳의 경치에 빠져 3년을 머물렀다 하여, 혹은
백제 의자왕의 아들 풍이 머물며 영천사의 물을 마셨다 해서 이름 붙여진 어수대
탐방로 입구 모습
쇠뿔바위봉 3km. 청림마을 5km 이정표
어수대에서 바라본 병풍바위 암릉
청림마을 어귀에서 조망되는 의상봉과 지장봉
방장산, 두승산과 함계 호남의 삼신산 중 하나인 변산.
그 중 가장 높고 빼어난 암릉미를 가진 의상봉은 비탐구역으로 되어 있어요
11시 25분 산행 들머리 모습입니다.
파란색 지붕이 있는 집 마당을 통과해서 도랑 옆으로 길이 있어요.
차단기 시설을 지나 계곡길로 이어집니다.
나중에 걸개 안내문에 국립공원 탐방시간이 나오는데,
아마도 그 것과 연관된 차단기 같아요.
탐방로 안내도와 표지판들이 걸려있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됩니다. (10시 30분)
입산시간 지정제 안내 걸개.
지금은 오전4시부터 오후 네시까지 가능하군요.
세재에 도착합니다. (10시 45분)
중계교 3km, 쇠뿔바위 1.7km, 어수대 4.7km 이정표
그림 왼쪽으로 올라온 길이고, 가운데가 사두봉을 통해 중계교로 이어지는 길
오른쪽 금줄을 넘으면 구시골 지나 삼각봉 관음봉 등로가 이어지게 됩니다.
세재에서 천천히 능선길을 20여분 걸어 지장봉 아래 조망처에 도착합니다.
저 아래 청림마을이 보이고, 왼쪽 삼예봉과 오른쪽 덕성봉이 마을을 감싸고 있는 모습입니다.
쇠뿔바위봉도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 자리하고요
구시골 계곡 저 아래 부안호가 얼굴을 내밀고 그 왼쪽 두호봉 뒤로 쌍선봉이 나타납니다.
그림 왼편으로 지나온 세재방향, 그 뒤로 사두봉이 뱀처럼 꿈틀거리는 모습이네요.
오른쪽 의상봉 아래 암봉은 갖가지 이름을 가졌는데, 도상에는 삼각봉이라 표시되고,
투구처럼 보이면, 투구봉, 때로는 깃대봉으로 불리웁니다.
그리고 가야할 방향의 앞길을 가로막는 거대한 암봉,
지장봉과 그 왼편으로 의상봉의 병풍바위가 나타납니다.
설마 저길 올라가야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아무리 봐도 갈 수 있는 곳은 아닌 것 같아요.
지장봉 암벽 우측에 붙어 있는 건,
악어인가? 거북이인가?
다행히 지장봉은 저 아래로 우회하게 되어있네요.
휴우~
해발 211m 동초재의 모습인데,
보이는 금줄과 빗살울타리는 청림마을로 내려가는 옛 등로일 듯 합니다.
동초재를 지나 능선 오름길 왼편의 묘지에서 바라본 의상봉 병풍바위.
그 유명한 불사의방(不思議房)이 어렴풋이 조망됩니다. (오른쪽 횡선으로 보이는 곳)
'의상봉 아래 위치한 불사의 방은 한국 민중신앙인 미륵신앙을 일으킨
신라 진표율사가 수도하던 곳으로 천길 벼랑 위에 작은 방을 짓고,
3년간 수도하다가 깨달음을 이루지 못한데 대한 절망으로 뛰어 내렸으나
지장보살이 구해주어 다시 정진한 끝에 미륵을 친견한 후
금산사에 미륵삼존불을 세웠다' 고 전해집니다.
이규보가 쓴 불사의방에 관한 기록
그 높고 험함이 효공의 방장의 만배였고 높이 1백 척쯤 되는 나무사다리가 곧게 절벽에 걸쳐 있었다. 3면이 모두 위험한 골짜기라, 몸을 돌려 계단을 하나씩 딛고 내려와야만 방장에 이를 수가 있다. 한 번만 헛디디면 다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나는 평소에 높이 한 길에 불과한 누대(樓臺)를 오를 때도 두통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정신이 아찔하여 굽어볼 수 없던 터인데, 이에 이르러는 더욱 다리가 와들와들 떨려 들어가기도 전에 머리가 벌써 빙 돈다. 그러나 예전부터 이 승적(勝跡)을 익히 들어오다가 이제 다행히 일부러 오게 되었는데, 만일 그 방장을 들어가 보지 못하고 또 진표대사(眞表大師)의 상(像)을 뵙지 못한다면 뒤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 그래서 어정어정 기어 내려가는데, 발은 사다리 계단에 있으면서도 금방 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드디어 들어가서 부싯돌을 쳐서 불을 만들어 향(香)을 피우고 율사(律師)의 진용(眞容)에 예배하였다.
( 『동국이상국집』 제23권 「남행월일기」 )
마루금길을 이어가는데 갑자기 거대한 암벽이 가로막습니다.
왼쪽으로 내려가는 로프줄이 보이고, 조금만 내려서면~
이내 거친 오름길로 변하면서 해발 337m를 가리키는 이정목이 나타납니다.
쇠뿔바위 산행의 피날레 된비알입니다.
목봉 난간대를 잡고 돌계단을 오르고,
다시 데크계단을 통해 오르다 오른쪽을 보면, 옛 돌계단길이 보입니다.
계단의 숫자가 420몇개 쯤 되는데,
이마저도 없었다면 곡소리 나는 길이 되었을 것 같아요.
데크계단길을 힘겹게 올라갑니다.
계단 중간쯤 쉼터가 있고,
확 트인 조망이 일품입니다.
잠시 숨고르기 하면서 지나온 지장봉과, 삼각봉 의상봉을 감상하고,
부안호 왼쪽 뒤 쌍선봉 옆 월명암을 찾아봅니다.
가물가물 보일듯 말듯~
아직 계단의 절반도 못 올라왔어요.
여기부터 250계단 더 가야해요 ㅋ
드디어 계단이 끝나고 블랙야크 인증점인 이정표가 나타납니다 (12시 30분)
2km 조금 넘는 거리를 2시간 넘도록 즐겼어요.
전망대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만나는 선바위,
불곡산의 펭귄바위를 연상케 하네요.
반대편에서 보면 미어캣 같다고도 하고~
드디어 전망대로 입장합니다.
왼편아래로는 동쇠뿔바위가 보이고, 그 뒤로 울금바위의 독특한 모습도 나타나고요.
서쇠뿔바위 전망대에서 기념합니다.
내변산의 모습이 화려하게 펼쳐집니다.
가운데 사두봉, 왼편뒤로 세봉과 관음봉 오른쪽으로 쌍선봉, 그 아래 부안호
오른쪽으로는 지장봉과 삼각봉 의상봉의 수려한 암봉들이 늘어섰어요.
고래등바위와 동쇠뿔바위봉
뒤로 우금산 울금바위 능선, 멀리 내장산과 방장산이 자리할텐데,
구별하기가 쉽지 않아요.
와우봉과 우슬재로 이어지는 능선
고래등 바위를 타고 내려가 봅니다.
바위 왼편으로 내려가면 숲속으로 산길이 보이고, 협곡 산죽숲을 지나,
쇠뿔바위 동봉 왼편 숲 사이로 가파른 오름길이 있어요.
동봉에 올라 바라본 고래등바위와 서봉전망대의 모습
서봉의 단애가 굉장하네요
내려다보는 동봉의 까마득한 절벽도 어마어마 하고요
산으로 둘러쌓인 청림마을의 평화로운 모습 먼뒤로
내소사 뒤 관음봉이 뾰족하게 솟아 있어요.
누운 소잔등 옆구리쯤 되는 곳의 마당바위, 부안의 들판과 청호저수지가 보입니다.
쇠뿔바위봉 암벽 곳곳에 이렇게 멋진 소나무들이 그 기품을 뽐냅니다.
하산길에 지장봉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동초재에서 좌틀하여 내려갑니다.
길은 골짜기를 따라 구별되고요.
골짜기 끝 합수점 근처의 출금시설을 돌아 나왔어요.
벌들이 웽웽 날아다니는 양봉장 왼쪽 옆으로 길을 따라 나왔어요
이 등로를 폐쇄한 것이 양봉장과도 관련이 있을 것도 같고요
황금빛으로 물든 논길 임도를 따라 청림마을로 향하며 뒤돌아 봅니다.
탐스런 감이 붉게 익어가는 청림마을 안길로 내려서서 쇠뿔바위를 뒤돌아보며
산행을 마칩니다. (14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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