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7일
포천 은장산 (해발 454m)
Y형 출렁다리 전망대에서 바라본 은장산 (오른쪽)
왼쪽으로 한탄강 하늘다리와 그 뒤로 보이는 산은 수리봉입니다.
아프리카 돼지 열병 ASF (African Swine Fever) 확산 방지라는 명목으로
전국의 산들에 너덜너덜 깔려있는 철망.
철망 문을 열고 들어와 다시 닫았어요.
비탐 구역이나 군 주둔지도 아닌데, 괜스레 겁이 납니다.
꽤 오래 방치된 듯 보이는 군 작전도로를 따릅니다.
삭아 무너진 벤치도 보이고요.
도로 옆 삼형제 소나무는 뿌리를 다 드러내고,
천남성 열매도 드러눕기 직전입니다.
임도 갈림길.
우회하는 길과 능선길로 갈리는 곳에서 능선쪽을 택했는데~
갈림길 공지에 모아놓은 잣나무열매와 마대자루가 보이고,
길가에 '잣나무 손대지 마시요' 라는 걸개를 보았는데
잣 주인이 모아놨나 봅니다.
갈림길 이후 급오름의 숲길입니다.
조심스레 길의 흔적을 따르지만, 수시로 사라지는 흔적.
가끔씩 활짝 핀 산국이 반겨주고요.
산국과 감국의 구별이 참 모호했는데,
검색해 보니 꽃잎이 길면 감국이라 하니,
이 꽃은 산국이 맞는 것 같아요.
길이 사라져,
잡목의 저항이 덜한 군 교통호를 따라 갑니다.
교통호가 급경사를 이루면서 잡목도 무성하여,
다시 숲으로 들어서는데,
낙엽 수북이 쌓인 숲에 가지버섯(민자주방망이버섯)이 보입니다.
산에 다니면서 채취해 본 버섯이라고는 노루궁뎅이와 한잎버섯인데,
오늘은 짧은 산행길에 조망도 전혀 없으니
버섯이라도 채취하는 산나들이로 컨셉을 세웁니다.
얼씨구?
버섯놀이 하라고 그러나?
영지버섯 무리도 나타나고요
취나물 잎처럼 생긴 모양에
멋진 선으로 작품을 만들었네요.
아니 이거슨 또 뭐시여?
회색깔떼기버섯 무리가 나타납니다.
서리가 내릴 무렵 나온다고 해서 서리버섯이라고도 하는데,
어른 손바닥만한 것들이 여기저기 마구마구 널렸습니다.
음식물 과일 등을 취식하고 남은 쓰레기를 담기 위해
비닐봉투를 가지고 다니는데,
있는대로 전부 꺼내고,
산에 오르기 전 편의점에 찐방을 담아온 봉지까지
모두모두 채웁니다.
버섯요리를 위해서라기 보다,
그냥 채취하는 재미가 쏠쏠하니 산에 오르는 것은 잠시 잊어도 좋습니다.
버섯놀이에 30여분을 소비한 후 다시 산길을 이어갑니다.
삐삐선 등 군 통신선의 흔적이 나타나고,
그 선을 따라 오릅니다.
얘들은 먼지버섯.
지나온 내 흔적만 흐릿한 낙엽양탄자.
고사목 옆구리에 붙은 이것은
고치집인가?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 비탈을 힘겹게 오릅니다.
하늘금이 숲 사이로 보이고,
군 벙커도 나타납니다.
벙커 위의 모습.
여기는 418봉으로 여겨집니다.
벙커봉 내림길은 폐타이어로 계단을 만들었네요,
100개가 넘었던 복주산 오름길 폐타이어 계단이 생각납니다.
오호 !
저 아래 군 작전도로가 나타납니다.
고도도 거의 다 올랐고, 넓은 길을 만났으니,
'고생 끝'이라는 행복한 느낌이 마구 밀려오고요.
밀림 탈출을 환영하는 단풍이 마중나왔어요.
묵은 군용 창고도 보이고~
꺅 !!
낙엽 속에서 살짝 푸릇한 것이 보이는데,
♬뱀이다. ♪뱀이다 ☞
유혈목이가 축 늘어져 있어요.
흔히 꽃뱀은 독이 없다고 알려졌지만,
사실은 독사라네요.
꽃뱀 유혈목이 독사인가 아닌가? 독이 있는 독사입니다!
며칠 전 기온이 5도 정도로 떨어졌었기에
뱀이 없을 줄 알았는데,
아직은 동면에 들어가지 않았나봅니다.
이제부터는 땅바닥에서 버섯을 찾을 게 아니고,
혹시 모를 뱀에 대한 두려움으로 뚫어지게 바닥을 바라보며 걷습니다.
넘어진 간이화장실과,
모래마대가 다 헐어버린 폐 벙커를 지나 정상 오름길이 시작됩니다.
커다란 바위 아래, 이전의 그 모습을 닮은 벤치가 또 나타나고,
폐타이어 계단이 정상으로 이어집니다.
뱀에 놀라,
미소가 아닌 썩~소를 ㅋㅋ
정상 봉우리 주위도 군교통호가 연결되네요.
해발 454m 은장산 표찰을 만납니다.
정상 헬리포트는 강아지풀이 점령했어요.
풀섶 아래 'H'
으례히 접경지역의 산정은 헬리포트로 되어 있는데,
여기도 예외일 수는 없겠지요.
정상에서의 조망입니다.
향로봉과 지장봉, 관인봉이 늘어서고~
그 옆으로 고남산.
나무와 풀섶에 가려 더 이상의 조망은 없어요.
정상 헬리포트를 내려오다 보니,
와우~
헬리포트가 벙커 지붕인데,
벙커 아래 무너짐 방지를 위해 타이어 방벽을 쌓았어요.
하산을 시작합니다.
여기도 군 작전도로가 연결되었던 곳인데~
잡목이 무성합니다.
넘어왔던 418봉 아래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작전도로로 내려갑니다.
오른쪽 뒤가 418봉.
도로의 흔적이 거의 사라져갑니다.
햐~
길 옆으로 단풍 숲이 나타났어요.
단순히 한 두 그루가 아닌 군락을 이루고,
시들지 않은 싱싱한 단풍입니다.
금년 뿐 아니라,
지난 해에도 이런 단풍은 볼 수가 없었어요.
작년 북한산 숨은벽의 단풍도 이렇게 싱싱하지는 않았지요.
오늘 계 탔어요. ㅋㅋ
한참 동안 넋을 잃고 감상합니다.
군도로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또다른 묵은 창고가 나타나고
길은 좌로 틀어집니다.
계속 군사도로를 따라 내려갑니다.
칡넝쿨을 뚫고 나왔어요.
도로는 이미 그 기능을 상실했지요.
세번째 만나는 벤치는
멋진 노송과 잘 어울립니다.
차마 앉기에는 그렇고 ~
우회할 상황이 아니어서
뚫고 지나야 하는데,
돌파하느라 고생 좀 했지요.
숲 사이로 능선이 보입니다.
불무산입니다.
미군 포사격장이 있는 곳.
불무산 능선의 군부대.
가고 싶어도, 미확인 지뢰지대가 있다고 해서,
무서워 갈 수가 없습니다.
초원을 이룬 도로를 지나고~
길 옆으로 또다시 서리 버섯들이 보입니다.
딸까 말까 망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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