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륜봉 구름다리
2016년 11월 13일
거의 다섯 시간을 달려 오소재 고개에 도착했어요
오소재는 주작산과 두륜산의 중간에 있는 채 200미터가 안되는 작은 고개입니다
우리가 타고온 버스 뒷편 암봉이 노승봉이고요
완만한 경사에 잘 다듬어진 등로에는 사스레피나무와 동백나무, 갈대, 등이 도열하고, 간간히 단풍이 반겨주는 길을 따라 1.6 km 정도 가면 오심재 헬기장이 나옵니다
갈대인지, 조릿대인지 ~
오심재 이르는 길목
높이는 해발 400여m 가 조금 넘고요
둥근 원형의 헬리포트에 잔디가 깔려있고
양 옆으로는 암봉이 키재기 하듯 우뚝 솟아 있네요
산행시작 40분만에 오심재 도착
뒤로 노승봉 모습
노승봉의 맞은 편 고계봉(638m)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와 10분여을 더 걸어오르면 된다하고요
전망대가 잘 만들어져 있어요
케이블카 길이는 1.6km로 통영미륵산의 한려해상 케이블카(1975m) 이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거리가 길었다네요
오심재 헬리포트에서 노승봉 오르는 길목
조릿대와 사람키만한 관목들이 빼곡한 사이로 오솔길이 나 있습니다
노승봉 아래 또다른 헬리포트
암봉 왼편으로 돌아 가면 계단과 로프등의 암릉길이 이어지고 남해바다의 모습도 나타납니다
너덜길을 돌아가면 계단이 나오고
절벽을 잇는 계단이 생기기 전에는
로프를 잡고 스탠스롤 밟아가며 저 바윗구멍으로 통과 했는가 봐요
아마도 여기도 '통천문' 정도로 불리지 않았을까 짐작해보고~
이 바위길 윗편에는 와이어체인길도 있고요
뒷편으로 고계봉이 눈높이를 같이하고요
오른편 먼 뒤로 2주전 올랐던 월출산도 자리하겠고요
날이 몹시 흐립니다
바다는 흐릿한 안개속으로 깊이 빠져들어 늦잠을 자는 중인지
도대체 얼굴을 내밀지 못하는군요
조금은 철지난 듯 갈참나무 숲 단풍이지만
황홀하기에는 충분합니다
산아래로 오소재가 보이고
그 뒤로 주작산이 이어집니다
주작의 끝에서 오른쪽 산자락이 남주작, 왼쪽 산자락은 덕룡산으로 계속되어 소석문으로 이어집니다
인솔대장님의 늠름한 모습도~
산행시작 1시간20분 만에 노승봉에 올랐습니다
노승봉 정상석입니다
나란히 앉으려 가보니, 헉!!!
바로 낭떠러지 ~
그래서 이렇게 폼 구기고 ㅎ
고계봉을 배경삼아 보고
가야할 가련봉도 배경으로 거느리고
저 앞에 보이는 봉우리는 뭘까?
투구봉과 위봉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오른쪽 완도와 이어지는 곳의 완도대교도 맨눈으로는 확인불가하고
건너편 커다란 섬 완도의 전체적 윤곽조차도 실루엣으로 그려집니다
맑은 날 운 좋으면 한라산이 보인다고 하는데, 뭐~ 이건 바로 앞의 완도도 제대로 볼 수 없으니...
그렇지만 어떻습니까?
바람이 조금 불기는 해도 그리 추운 날씨도 아니고, 잔뜩 흐렸지만, 비 예보도 있지만
아직 비도 오지 않고 말이죠.
이만하면 횡재한 거죠?
도솔봉(대둔산)과 MBC 통신탑, 그리고 그 먼뒤로 달마산이 이어지겠고요
흐린 날의 풍경이지만, 오히려 깊이가 느껴지는 그림들이 만들어지네요
뒷편의 황금숲을 보호하려는 듯
바닷바람 막을 듯 능선이 드리워져 내리네요
노승봉을 내려가 가련봉으로 향합니다
가련봉 정상석은 너무나 가련해 보였어요
크기도 작거니와 고정되지 않고 덜거덩거리네요
명색이 두륜 제1봉인데 이렇게 무시하다니 ㅋㅋ
노승봉의 산객들의 모습이 위태로워 보일 정도로 그 각이 대단하고요
그 위에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좁디 좁은 공간!
적어도 이곳 가련봉에서는 그렇게 보이는군요
하나의 봉우리에서 분화한, 각각의 조그마한 봉우리를 타고 넘나드는 재미 또한 쏠쏠합니다
뒤돌아봅니다
로프가 걸려있군요. 옛 길의 흔적입니다
가련봉에서 만나는 옛길의 흔적을 따라 눈길로만 따라가도 아찔한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더군요
왼쪽 포스트 아래로는 곧 바로 직벽입니다. 살찐 사람은 통과하기도 힘든 공간으로 돌아 내려와야하는군요
윗부분의 철고리를 잡고 이동하면서 말이죠
물론 편한 계단길로 내려오면서 본 옛길입니다
가련봉의 모습 은
노승봉의 그 위태위태함보다 더 한 것 같이 느껴지네요
와우 황금빛 물결입니다
붉은 단풍만을 탐했던 것이 오히려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여기도 옛길의 흔적
두륜봉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마치 산위를 떠도는 나룻배 같은 모습이라고 할까요~
오심재처럼 가련봉과 두륜봉 사이에도 넓은 공간의 휴식처가 마련되어 있어요
역시나 잘 만들어진 계단을 타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련봉을 내려갑니다
'만약 이 계단들이 없었다면, 과연 내가 이곳까지 올 수 있었을까?'
남쪽 바다로 부터 짠맛을 온몸에 싣고, 비를 재촉하는 찬바람이 고개마루를 넘습니다
바람을 피해 여기저기 모여 식사를 합니다
나도 먹어야죠. 시간이 벌써 두시가 넘었으니, 배가 고프죠
제법 세찬 바람에 억새풀이 흔들리고요
아직도 억새밭의 가을을 느낄 수 있어서 더더욱 상쾌합니다. 찬바람이라도 말이죠 ㅎ
두륜봉 정상석 인증하고..
여기는 어찌 인기척이 없군요
다들 하산하셨나?
기암을 배경으로 한 컷 남기고
하산을 서두릅니다
진불암을 거쳐 대흥사로 내려왔습니다
바쁜 일정으로,
느림보인 나는 대흥사를 둘러볼 꿈도 꾸지 못합니다
초의 대선사 좌상
이슬비를 맞으며 외로이~
대흥사 진입로에는
아직도 붉은 단풍들이 얼굴을 붉히며 맞이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관
100년 전통의 한옥여관이랍니다
2-3인실 오만원
4-5인실 7만원
8-10인실 1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