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8일 12시 20분
함박눈이 내리는데, 너무 춥고 배고프고요
커피를 끓여 마시며 허기를 달래고 추위를 이겨봅니다.
08시50분 산악회버스가 백둔리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하차한 후 다리를 건너 포장도로를 따라 백둔리 시설지구로 향합니다.
이도로를 따라 곧장가면 백둔리 버스 종점이고요
종점에서 계속 오르면 산양삼등 재배단지, 그리고 그 계곡 끝 멀리 아재비고개입니다.
연인산은 왼쪽길로 가야해요
이곳에서 또다시 왼쪽으로 턴하고요
물쌀이 무척 강해 보이는 계곡이에요
맑기 또한 이를데 없고요
며칠전에 제법 많은 비가 왔는데, 이곳도 예외는 아니겠죠
파릇파릇한 새 잎들이 돋아나고
분홍빛 참꽃은 맑은 계곡곁에 수줍으로 반겨줍니다.
제법 넓은 신작로를 따라 들머리를 찾아갑니다.
멀리 연인산 마루금에는 하얗게 눈이 쌓인 모습이 보이고,
봄의 한 가운데에서 눈산행을 하게되니 너무 설레고 흥분되요
이름하여
'꽃과함께 눈산행'
백둔리 시설지구입니다.
터만 닦아 놓고 별다른 시설은 없고요
그나마 다행히 화장실은 있어요
백둔리 주차장으로부터 2km 정도를 걸어왔네요
시설지구로 건너는 다리 위에서 계곡을 보니
수량이 참 많아 좋아요
몇 년 동안인가 계곡은 말라 시궁창으로 변한 모습을 보여주기 일쑤였는데~
9시30분 소망능선으로 오르는 계단앞에서
계획을 수정하고 왼편으로 단지를 질러 장수능선으로 향합니다.
A코스로 명지산까지 산행을 이어가는 팀도 있는데
이왕에 조금 더 산길을 걸어보고 싶었어요
장수능선방향의 계곡을 건너며 만나는 또다른 물줄기
맑고 영롱한 물소리에 기분 또한 상쾌해지고요
낙엽송 계곡길을 따라 오릅니다.
지능선 가파른 길에 만난 괴목이에요
직경이 1m도 넘을 듯한 커다란 그루터기가 갈라져 신기한 모양을 하고 있어요
며칠전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고 잘 어울려요
그러고 보니 이곳은 비가 아닌 눈이 내렸네요
눈이 내렸건 어쨌건
아랑곳하지 않고 노랗게 꽃망울을 터뜨린 생강나무
잔설과 묘한 대조를 이룹니다.
장수고개로부터 이어지는 주능선 마루금길 안부입니다.
이제부터 줄곧 마루금길을 따라가면 됩니다.
편한 길을 걷습니다.
오름길이지만 된비알은 아니고 가끔씩 진달래와 생강나무 꽃과
그리고 바닥의 잔설.
겨울과 함께 봄길을 걷고 있어요
진달래 터널이에요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지 않았다면 꽃터널을 지나는 행운을 만날 수도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상상으로 꽃터널을 지나갑니다.
진달래터널은 약간 끊겼다가 이어지고 아마도 몇 백미터 마루금길을 이어주는 것 같아요
산악회 시그널이 걸려있는 뒷쪽에도 등로의 흔적이 희미하게 나타나고요
아마도 이 지점이 송학산(해발 705m)이 아닌가 짐작해봅니다.
승안리 용추계곡을 통해 오르는 청풍능선 갈림길입니다.
연인산에는 소망능선,장수능선을 비롯해 청풍능선,우정능선,연인능선 등으로 이름붙여진 능선들이 있어요
마루금길 잔설은 20cm이상 쌓인 곳도 있어요
겨울을 살짝 느끼게 하는 마루금길을 걸으며
연인산 등로는 참 편하게 형성되어 있구나 느낍니다.
본래 이 산의 이름은 '우목봉' '월출산'으로 불리웠는데
가평군이 지명을 공모하여 1993년 3월 '연인산'으로 바꾸었다고 해요
장수봉 오름길에는 약간의 바위길도 보여주며
단조로움을 해소시켜주네요
백둔리 건너편으로 보이는 봉우리는 백둔봉으로 짐작되고요
건너편 산군을 바라볼 수 있는 시계는
이 장면이 마지막이고요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면서, 하늘이 뿌연 눈구름이 점령해 버렸어요
11시 30분 879m 장수봉에 도착합니다.
눈발이 조금씩 굵어지고 있어요
장수봉을 내려와 정상방향으로 향합니다.
얼마간의 암릉구간을 지나야합니다.
암릉을 돌아가며 바라보니
앗싸 고드름!
계절이 거꾸로 흐르고 있어요.
눈보라가 치면서 손이 시리기 시작하고 추위가 더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열두시가 다되어 소망능선과 만나는 안부에 도착합니다.
어둠컴컴한 숲으로부터 뭔가 튀어 나올 것 같은 묘한 분위기가 감도는
한켠 바위틈바구니에서 에너지 충전합니다.
추위에 어쩔 수 없지만, 배고픔도 해결해야하니까요
정말 겨울의 한 가운데로 되돌아온 것 같아요
펑펑 함박눈이 쏟아집니다.
인증샷도 힘들어요
13시 해발 1068m 연인산 정상입니다.
비록 짓궂은 날씨이지만 정상인증샷은 항상 행복을 느끼게하죠
마루금 평원은 이제 설원으로 바뀌었어요
하산길이 걱정입니다.
가뜩이나 하산 실력이 엉망인데
아이젠도 없이 가파른 눈길을 내려가야합니다.
다소의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명지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길입니다.
아재비고개까지는 이렇게 이어지다가
아재비고개에서 명지산3봉으로 급하게 오름이 시작될 것입니다.
몇번이나 엉덩방아를 찧은 후에야 아재비고개에 도착합니다.
'생태계 보전지역'이라는 팻말이 무색하리만큼
황량해 보이는 모습입니다.
파릇파릇 솟던 산야초들이 다 눈속에 잠겨있으니 말이죠
해발 830m 아재비고개 모습입니다.
명지산 방향입니다.
엘레지가 많은 산이라 알고 있었는데,
눈 속에 묻히지 않은 몇 포기 엘레지를 만날 수 있습니다.
현호색도 보이고요
잠시나마 귀여운 아이들을 보면서 하산의 고민에서 벗어나 봅니다.
아뿔사 !
눈속에 묻혀있는 것은 예쁜 꽃만이 아니었어요
너덜겅 길도 숨어있어요
잘못 밟으면 덜컹 흔들려 넘어질 수 있다 생각하니 식은 땀이 흐릅니다.
그 유명한 명지산 너덜겅길입니다.
도대체 이게 길이 맞나 싶을 정도라구요
산너머 산 물건너 물
이제 물이 시작되고요. 길은 이미 그 존재를 감춰버리고요
개울을 넘어갔다 넘어왔다 하기를 열차례 정도 겪어야 하는데요
또 너덜겅 길
고도가 낮아질수록 눈은 빠르게 녹아 옷을 적시기 시작하네요
숨은 그림, 아니 숨은 길 찾기입니다.
어디가 길일까요?
정답 ! 양쪽으로 물이 흐르는 가운데 돌밭이 길입니다.
미끄럽고 덜겅덜겅 흔들리고, 안 갈수도 없고요
식은 땀이 흐를 지경입니다.
지팡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경직된 두 다리에도 힘을 주어봅니다.
길인듯 하다가 또 이런 난 코스가 나옵니다.
물의 양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이 계곡에 폭포 이름이 붙여진 곳이 있나요?
폭포처럼 이렇게 흘러내리는 곳이 여러곳 있어요
내려가는 걱정은 걱정이고, 암튼 멋있기는 하네요
사슴농장 뿔사이 너덜길로 내려서는 나! 님입니다.
격하게 흐트러진 잡목도 눈을 얹어놓으니 그 광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는데
그 아름다움 속의 내 모습은 완전히 너덜너덜해졌습니다
휴우 !
겨우겨우 마지막 개울건너기를 마치는 길입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더니...
이제 설국열차로 갈아탑니다.
겨울왕국 눈꽃의 나라에 입성합니다.
겨울 속에서 푸르름을 숨기려
흰 옷을 살짝 두른 청초한 잎파리
마구마구 뿌려대는 통에
잣나무 숲도 출렁이기 시작합니다.
이제 막 예쁜 꽃을 피워 자랑질하려다
눈폭탄을 맞은 괴불주머니가 처량합니다.
한폭의 동양화처럼 머리에 하얀 눈꽃송이를 피운 명품송들
계곡도 질세라 소리소리 질러댑니다.
동화속에서 빠져나와 백둔리 마을로 왔어요
흰 눈이 온세상을 덮고 있어요
백둔리 버스 종점에서 바라본 이 모습도
가히 예술적 경지의 자연입니다.
16시 10분 출발하는 버스를 타지 못했어요
불과 10분 차이로~
마침 가평 택시가 들어왔다 나가면서 태워줍니다.
횡재합니다. ^^
연인산의 전설
(연인산의 아홉마지기 유래)
경기도 가평군 한 가운데 자리 잡은 산이 하나 있다. 연인산이다. 이 산에 올라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면 사랑이 이루어 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옛날 길수라는 청년이 연인산 속에서 화전을 일구기도 하고 겨울에는 숯을 구워 팔기도 하면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청년이 어디서 왔는지, 누구인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길수가 사랑하는 처녀가 있었다. 김참판 댁 종으로 있는 소정이었다. 소정은 원래 종은 아니었지만 흉년을 넘기기 위해 쌀을 꾸어다 먹은 게 화근이 되어 김참판댁에서 종처럼 일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길수는 일 년에 서너번씩 김참판 댁으로 숯을 가지고 오면서 소정을 만나게 되었고 서로 외로운 처지임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한 번은 길수가 숯을 져 오다가 눈길에 넘어져 김참판 댁에서 병 치료를 하게 되었다.
꼬박 열흘을 누워 있으면서 길수는 어떻게 하든 소정과 혼인하기로 마음먹고는 김참판에게 소정과 혼인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자 김참판은 길수에게 조 백 가마를 내놓던가 아니면 숯 가마터를 내놓고 이 고장을 떠나 살면 허락하겠다고 한다. 삶의 터전을 내줄 수 없어 고민하던 길수는 결국 조 백 가마를 가져오겠노라고 약조를 하고 만다. 하지만 가진 게 없는 길수가 조 백 가마를 마련할 길이 없다.
고민하던 길수는 우연히 연인산 꼭대기 바로아래에 조를 심을 수 있는 커다란 땅이 있음을 알게 된다. 기쁨에 들뜬 길수는 그곳에서 밤낮으로 밭을 일궈 조를 심을 아홉마지기를 만든다. 아홉마지기는 조 백가마도 넘게 나오는 아주 넓은 밭이다. 길수가 심은 조는 무럭무럭 자라 이삭이 여물어가기 시작하고 길수와 소정의 꿈도 함께 익어가면서 둘은 함께 살 수 있다는 희망에 부푼다. 하지만 처음부터 소정을 줄 마음이 없던 김참판은 길수를 역적의 자식이란 모함을 한다.
갑자기 들이닥친 포졸들로부터 가까스로 도망친 길수는 더 이상 이곳에 살수 없다는 생각으로 소정과 함께 도망가고자 소정을 찾아간다. 그러나 소정은 길수가 역적의 누명을 쓰고 잡혀갔다는 소문에 그만 삶의 희망을 잃고 남은 생을 포기한 뒤였다. 소정의 시신을 안고 아홉마지기로 돌아간 길수는 자신의 희망이었던 조를 불태우며 그 안으로 뛰어든다. 이때 죽었다던 소정이 홀연히 아홉마지기를 향해 간다. 다음날 아침 마을 사람들이 올라가 보니 두 사람은 간 곳 없고 신발 두 켤레만 놓여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신발이 놓여 있는 자리 주위에는 철쭉나무와 얼레지가 불에 타지 않은 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지금도 봄이면 연인상 정상에는 얼레지꽃과 철쭉꽃이 눈부시게 피어오르고 있다. 연인산에서 사랑을 기원하면 그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은 두 길수와 소정의 영혼이 아홉마지기에 영원히 남아 이곳을 찾는 연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도록 힘을 주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연인산은 옛날 길수와 소정이의 애틋한 사랑이 얽혀있고, 근래의 화전민들의 애환을 간직한채 가시덤불로 덮여 있던 무명산(無名山) 이었으나, 1999년 3월 15일 가평군 지명위원회에서 산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옛날 이곳에 주인공이된 선남선녀와 같이 사랑과 우정을 나누고 소망을 기원하기 위하여 “연인산(1068m)”이라 이름지어 졌습니다.
출처 : 경기도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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