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16일 10시 50분
차로 오를 수 있는 화악산 공군부대 임도
제설차량이 지금 막 눈을 밀어내며 내려갔어요.
저기 보이는 모퉁이 바로 아래 붕붕이를 묶어두고,
실운현을 향해 걸어 오릅니다.
내심 군부대 앞 안부까지 붕붕이로 올라서, 200m의 짧은 산행을 바랬지만~
지난 밤 내린 눈으로
월동장구가 없는 차량으로는 더 이상 오를 수가 없네요.
응봉 정상부는 상고대가 하얗게 꽃을 피웠고,
햇빛이 조금씩 강해지며, 아래쪽부터 서서히 자라집니다.
10여분 걸어올라 만나는 실운현 갈림길입니다.
오른쪽은 응봉, 왼쪽은 중봉(신선봉, 북봉) 방향입니다.
멀리 신선봉 군부태 송신탑 주위로 눈보라가 흩날리는 모습이 포착됩니다.
눈쌓인 멀고먼 임도를 돌아돌아 오르기를 계속합니다.
오르는 왼편 길 언덕 너머 촉대봉의 모습이 나타나고요
송신탑에도 상고대가 피었어요.
숲에 내려앉았던 상고대는 서서히 그 모습이 사라지고 있네요
쌓인 눈과 계곡 빙벽이 깊은 겨울날을 잘 표현해 주는 것 같아요.
산사태 방지 시설에 쌓인 눈이 멋진 예술작품으로~
3년 전 어렵사리 돌아 올랐던 북봉 정상부는
산화 직전의 바람서리꽃이 현란한 모습으로 하늘과 맞닿았어요
도로따라 왼편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그림입니다.
응봉 오른쪽으로는 촉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왼편으로는 이칠봉 능선.
앞 산줄기는 북봉에서 실운현으로 내려서는 한북화악지맥 능선
건들내에서 올라오는 곳인데,
누군가 살짝 발자욱만 남기고,
차마 저곳으로 이동한 흔적은 없습니다.
긴 긴 군부대 도로를 따라 마냥 걸어갑니다.
간혹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산객들도 만납니다.
상고대 너머로 응봉
자동차로 여기까지 올 수 있는데!
오늘은 그렇지 못했어요.
날로 드시려다 체한 꼴입니다.
다 사라져 없어질 줄 알았는데,
아직 상고대는 햇빛과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어요.
오늘 가장 어려운 구간입니다.
FRP 스탠스를 무척 무서워하는 저로서는!
안테나에 성에? 얼음? 눈꽃?
암튼 무자비한 바람이 만든 멋진 그림입니다.
석룡산과, 수덕바위봉 능선이 하얀 분칠로 늘어서고요.
건너편 국망봉이 차가운 겨울을 딛고 늠름합니다.
해발 1446m 화악산 중봉 기념합니다.
예전 오를 때는 200m 저 아래에서 시작하여,
날로 먹겠다 싶었는데,
신선봉 군부대 철망 아래로 돌아돌아~
완전히 돌아서 북봉에 도착.
삼일봉에서 석룡산 가는 길을 잘못찾아, 길도 제대로 없는 삼일계곡으로
컴컴한 달밤에 하산했던, 아픈 기억이 새롭습니다.
애기봉 수덕산 방향, 왼편으로 화악리와 화악천이 나란히 달리고~
애기봉, 언니통봉 방향입니다.
한 가운데 뒤로 명지산이 자리하고,
그 오른편으로는 한북정맥이 흐릅니다.
넘 추워요.
엄청난 바람이 불어오고,
안테나에 얼어붙어 있던 눈조각들이 휘날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기도 하고요.
초소안의 군장병이 군부대 배경 사진 찍지 말라고 주의를 주네요.
땅이 얼어붙어 있어 조심조심 내려옵니다.
아이젠을 신었어도 미끄러지거든요.
군부대 출입로와 갈라지는 곳 넓은 안부에서 응봉과 신선봉을 배경으로 겨울산 기념합니다.
다시 도로를 따라 한참을 걸여야 하겠지만~~
긴 포장도로 눈길을 따라 다시 실운현으로 돌아왔어요. (14시 20분)
멈춰선 붕붕이가 있는 곳까지는 조금 더 걸어 가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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